[인터뷰] “이정표 될만한 스타 팹리스 나와야”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KFIA) 회장 인터뷰“기술 경쟁력 높지만 해외 마케팅 역량 부족”“팹리스 협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할 것”본문크기북마크공유하기프린트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KFIA) 회장 인터뷰“기술 경쟁력 높지만 해외 마케팅 역량 부족”“팹리스 협업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 구축할 것”[시사저널e=고명훈 기자] “이제는 팹리스 분야에서도 스타 기업이 나와서 다른 기업들에 이정표가 돼줘야 합니다.”지난 22일 넥스트칩 경기도 판교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 한국팹리스산업협회(KFIA) 회장은 “아직 해외 마케팅에 물꼬를 틀지 못한 기업들이 많은데 스타 기업이 이들의 롤모델이 돼서 국내 업체도 할 수 있다는 레퍼런스가 돼줘야 한다”고 말했다.김 회장은 국내 차량용 카메라 영상처리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넥스트칩을 설립한 국내 1세대 팹리스 기업 대표로, 지난달 팹리스협회 정기총회에서 제2대 회장으로 취임했다.팹리스협회는 지난 2022년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총 3개 부처 산하 법인으로 공식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지난달 기준 회원사는 129개사에 달하며, 올해부턴 기존 팹리스와 IP, 디자인하우스(DSP) 기업 외에도 후공정(OSAT)과 파운드리 분야 회원사도 유치할 계획이다.김 회장은 한국 팹리스산업의 강점으로 우수한 인력과 반도체 생태계를 꼽으면서도, 국내에서 스타 팹리스를 키우려면 기업 간 협업과 함께 해외 마케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 차원에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협업 모델을 만들고, 글로벌 판로를 확대할 마케팅 전략을 지원할 방침이다.김 회장은 “우리가 만드는 칩을 유럽이나 미국에서 한다면 인력이 5배 정도는 더 들어갈 것이다. 한국은 그만큼 적은 인력으로도 집중해서 완성도 높은 칩을 만들 수 있는 강점이 있으며, 순발력이 좋다”며 “삼성전자란 파운드리 환경이 있고, 글로벌 후공정(OSAT)업체들이 국내에 제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기술력과 더불어 패키지, 테스트, 파운드리까지 생태계가 잘 구성된 국가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반도체 모든 분야가 제품만으로 글로벌화가 어렵다. 마케팅을 연결하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이어 “국내 팹리스는 기술적으로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팹리스들끼리도 협업해야 한다”며 “협회가 나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기업들을 연결해 좋은 결과들이 나올 수 있게끔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삼성전자와 같은 종합반도체기업(IDM)과 비교해 팹리스의 가치와 역할을 설명한다면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AMD, 모빌아이, 미디어텍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팹리스 기업들이 많다. 엔비디아의 경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없으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가 멈춰야 할 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에는 그런 팹리스가 없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종합반도체(IDM)의 경우 칩을 만들어도 시장이 10억달러(1조3768억원)가 안 된다. 그나마 국내 팹리스 업체들이 글로벌로 갈 수 있는 사례를 보면 산업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을 공략하고 있단 점을 알 수 있다. 이게 팹리스의 강점 중 하나다. 팹리스는 고유한 핵심 기술이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이를 활용해서 갈 수 있는 복수의 시장을 찾아내서 거기서 실적을 내는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전체를 다 해줄 순 없지만, 별도 조직을 만들어서라도 시장에 들어가는 첫발을 풀어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팹리스 지원책이 첨단 공정 쪽에 집중돼 있다 보니 아날로그나 실수요가 많은 20나노 이상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단 아쉬움이 있다삼성전자, TSMC, 인텔 등 파운드리 3사 모두 20나노 이하 미세공정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우리 산업부도 마찬가지로 될성싶은 기업들이 할 수 있을 만한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과제를 만들어 추진하다 보니 작은 기업들이 문턱을 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28나노 이상에서 파운드리 경쟁력이 약하다. 우리도 물론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최대한 활용하고 디자인하우스에서 최대한 지원받겠단 목표를 갖고 있지만, 레거시 공정을 쓰는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문턱을 넘을 수 없다.일부 아날로그 칩을 쓰는 곳으로 키파운드리, SK하이닉스시스템IC, DB하이텍 정도가 있는데, 협회는 이 파운드리 4개 회사들과 의논해 레거시 공정을 해야 하는 업체들에 1년에 두세번 정도 무상으로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지원하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제품 검증이 안 된다. 직접 만들어봐야 매출까지 갈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서는 TSMC와 삼성전자 말고도 UMC, 글로벌파운드리 등 해외 파운드리 기업들의 55, 45, 28나노 등 공정도 연결해볼 계획을 하고 있다. 이쪽은 공정상 삼성전자 파운드리와 겹치지 않는 시장이므로 네트워크를 잘 잡는다면 협회에서 ‘테크 데이’를 열어 파운드리 회사들을 초대하는 방법도 추진해볼 수 있다.-설계 전문 인력 양성에 대한 목표와 로드맵이 있다면지자체에서 판교를 팹리스 기업 클러스터로 정해줬고, 성남시와 경기도 또한 열심히 도와주고 있어서 학교들이 이곳으로 많이 들어오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반도체 개념을 소개하기도 하고, 대학교에서 나름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초기교육도 하고 있다. 기존에 하던 과천대와 더불어 카이스트, 서강대도 들어오기로 했다. 이 학교들을 중심으로 인력 양성 센터들을 준비하고 있다. 중급과정으로 분야별 재교육도 할 계획이다. 또, 고급으로 넘어가서 미래 기술에 대한 트렌드를 교육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에서 협회가 교육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단 생각이다.인재들을 양성하더라도 대기업이나 해외 등으로 흡수되는 부분은 사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요와 공급이 무너지면서 엔지니어가 부족해지다 보니, 인건비도 올라가고 이직 이슈도 생기는 것이다. 근본적인 원인 해결은 공급을 늘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간이 오래 걸려도 인력 양성에 집중할 것이며, 앞으로 자금이 확보되면 기초 인력들을 최대한 많이 배출하는 쪽으로 목표를 가져갈 것이다.-인력, 예산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있는데, 협회 차원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아직 역량이 부족한 곳에 대해서는 협회 차원에서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할 것이다. 우리 협회는 과기부, 산업부, 중기부 등 세 개 부처에 모두 들어가 있다.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방향과 맞는 부분을 찾아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부 과제를 내기도 어려운 업체들의 경우 파운드리, 후공정업체들과 협업해 패키지, 테스트 등을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무상으로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추진해볼 생각이다. 추후 협회가 안정화되고 회원사들이 경쟁력을 갖추게 되면 또 다른 플랫폼 과제를 추진할 수도 있다. 단계별로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다.인수합병(M&A) 등을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국 파이낸스(투자)가 붙어야 한다.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언젠간 해야 할 부분인데, M&A 전용 펀드 또한 운용사 패널티가 없단 전제로 공격적으로 추진한다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두세 곳의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하나의 제품이나 시장을 위해서 시너지를 내려면 홀딩스(지주회사)를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시장과 시너지 가능성만 보고 하는 M&A가 돼야 하며, 그런 바탕 정도는 협회가 그림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정부와 지자체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할 시 팹리스를 유치하겠단 계획을 전한 바 있다경기도에 반도체 관련 회사들이 많고 판교는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로 공식화됐다. 이제 파운드리를 비롯해 각종 글로벌 장비 회사들이 용인 쪽으로 들어올 예정이고, 팹리스도 들어올 공간을 만들어놓은 상태다.고급 기술인력이 근무할 수 있는 장소의 마지막 노선은 판교라고 생각한다. 현재 성남시와도 계속 얘기 중이고 지금은 제2판교뿐만 아니라 3, 4, 5판교까지도 계획이 있다. 3판교의 경우 팹리스가 들어갈 공간을 더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경기도와 성남시에 2만평 정도 부지를 확보해달라고 요청 중이다. 앞으로 들어가려면 3~5년 정도 걸릴 텐데, 이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만들어보겠단 구상을 갖고 있다. 앞서 말한 교육이나 에코시스템 등을 여기에 다 담고 싶고, 후공정업체들도 들어와서 함께 시너지 있는 플랫폼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는 지자체와 정부 모두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협회가 최대한 주도해서 추진할 계획이다.출처 : 시사저널e(https://www.sisajournal-e.com)